좋은 음악가가 되려면 끈기나 재능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게 중요해요

2021년 07월 09일

<미소 ; 짓다>는 미소 우수 고객님들의 삶을 조명하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미소 서비스를 받는 고객들이 담대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해 나가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인터뷰 시리즈는 미소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주 3회 연재되며, 금요일에는 전문이 미소 공식 블로그에 게시됩니다.

"부모님이 굉장히 독특한 교육관을 갖고 계셨어요. 사람이 모름지기 예술을 알아야 인생이 풍요롭다고 생각하셨거든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허정화입니다. 저는 지방의 국립대학에서 음악과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교수입니다. 직장이 지금 사는 용인에서 굉장히 멀어서 일주일의 4일은 직장 인근에서, 일주일의 3일은 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부모님이 굉장히 독특한 교육관을 갖고 계셨어요. 사람이 모름지기 예술을 알아야 인생이 풍요롭다고 생각하셨거든요. 다섯 형제가 모두 음악과 미술을 배우고 컸습니다. 엄마가 전주에서 자그마한 약국을 하셨거든요. 예전에는 약국이 지금보다 훨씬 돈을 잘 벌었다고 해요. 그 돈을 전부 자식들 음악과 미술 교육에 쓰신 거죠.

어렸을 적에 피아노를 시작한 계기는 사실 특별하지 않아요. 엄마와 친분이 있는 한 약국집 사모님이 피아노를 전공하셨는데, 어렸을 때 그 집에 자주 놀러 갔어요. 거기서 사모님께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죠. 왜, 아이들은 뭐든지 시키면 곧잘 하잖아요. 만지면 소리 나는 악기를 다루는 게 재밌었고, 피아노를 치면 선생님과 엄마가 예뻐하니까 기분 좋게 다녔던 거죠.

어렸을 때 잠깐 피아노를 치는 아이들은 많잖아요. 음악을 계속하신 이유는요?

나름 실력이 좋았거든요 (웃음). 재미로 시작한 피아노를 고등학교까지 꾸준히 쳤어요. 고등학교도 전주에서 다녔는데, 당시만 해도 전주 같은 큰 도시에도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많이 없었어요. 계속해서 쳤던 학생이 많이 없다 보니 어느새 전주에서 제일 피아노를 잘 치는 학생이 되어 있었죠. 엄마의 교육열이 강해서 서울로 레슨받으러도 다녔지만, 스트레스 받으면서 음악을 하진 않았어요. 그때만 해도 경쟁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대학을 가니 다르더라고요. 나보다 잘 치는 동기들이 수두룩해서 더이상 쉬엄쉬엄 연습할 상황이 아니게 된 거예요.

그때부터 스스로를 다그치며 열심히 살았죠. 그렇게 20년 이상을 살았어요. 음악을 전공하고, 대학원을 가고, 대학원에서 3년 동안 조교 생활을 하고, 유학을 가고, 이후에도 교편을 잡아서 학생들을 가르쳤죠. 틈틈이 연주회도 하고요.

피아노를 치는 일은 사실 참 힘들고 고독한 작업이에요. 한 곡이 손에 익으려면 수백 번의 연습을 반복해야 하는데, 잠자는 시간과 밥먹는 시간은 없앨 수가 없어요. 결국 전문 연주자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으려면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과 여가를 포기하고 피아노 앞에 앉아야 하는 거죠. 외로움과 싸우며 인내하는 시간을 보내야만 해요.

"음악이 좋으니까 버틸 수 있었어요. 피아노라는 악기가 굉장히 매력적이거든요."

힘들었던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음악이 좋으니까 버틸 수 있었어요. 피아노라는 악기가 굉장히 매력적이거든요. 바이올린이나 플룻은 동시에 한 음만 낼 수 있어요. 곡이 선율로만 이루어지는 거죠. 그런 악기로 화성을 만들려면 여러 명이 동시에 십수 개를 연주해야 하는 거죠. 반면 피아노는 혼자서도 하모니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피아니스트 한 명 완벽한 하나의 오케스트라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죠.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천재적인 작곡가들도 모두 피아니스트였어요. 바흐는 오르간을 정말 잘 쳤고요. 바흐의 오르간 소리를 듣고 싶어서 성당에 오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니까요. 그렇게 바흐부터 쇼팽, 현대에 이르러선 정명훈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와 작곡가들은 전부 피아니스트에요.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다양한 악기들의 소리의 균형을 맞추고 수십 명의 연주자들을 조율하는 사람인데, 피아니스트는 곡을 연주하며 매 순간 화성을 신경 써야 하니까요. 자연스럽게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위대한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는 거죠.

 

가장 좋아하시는 곡은 어떤 건가요?

가장 좋아하는 곡을 특정하긴 어려워요. 얼마 전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돈키호테라는 교향시를 들었거든요. 첼로가 큰 역할을 하는 긴 곡인데, 곡 끝부분에 첼로 협주곡이 있어요. 돈키호테의 죽음을 첼로로 표현하는 부분이거든요. 해당 곡을 전설적인 첼리스트인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하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우연히 다시 보게 됐죠. 오래전부터 알았던 음악인데, 정말 감동적이더라고요. ‘맞아, 이런 음악이었지’ 하고 여러 번 돌려 봤어요.

"좋은 와인, 멋있는 예술 작품, 낯선 나라로의 여행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죠."

30년도 넘게 음악을 해 오신 이유가 있다면 뭘까요?

평생 피아노를 놓지 않은 건 음악이 삶의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죠.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어질수록 아름다움을 더욱더 깊게 이해하는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얼마 전에도 바흐의 B Minor Mass를 듣고 그런 감동을 느꼈어요. 성령이 가져다준 영감으로 쓴 곡이라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이해하게 될 만큼 감격스러운 마디가 있죠. 그런 감정의 울림을 느낄 때 음악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해 보면 우리가 즐기는 모든 게 그렇지 않을까요? 좋은 와인, 멋있는 예술 작품, 낯선 나라로의 여행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죠.


이미 수십 회의 무대에 서셨을 텐데, 그중에도 기억에 남는 연주가 있을 거 같아요.

코로나19로 한동안 연주회에 나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2월 말에 했던 연주는 기억에 남아요. 베토벤의 코랄 심포니라는 곡인데, 합창단,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가 모두 있어야 하는 굉장히 거대한 곡이에요. 사실 작년이 베토벤 250주년이어서 그때 하려고 했는데, 공연 예정일이 코로나 3차 확산기랑 겹치는 바람에 계속 미뤄지다가 2월 말에서야 무대에 서게 됐어요. 그동안 공연을 보러 가지 못했던 시민들이 많이 오셨더라고요. 거리두기를 했지만, 전 객석이 매진이었고요.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나볼 수 있었던 2월의 공연이 기억에 남네요.

"음악이 좋은 게 답이 없다는 것이죠. 수학처럼 옳고 그름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재능과 끈기 중에 음악가로서 더 필요한 자질은 뭘까요?

좋은 음악가가 되려면 재능과 끈기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거예요. 싫어한다면 어떻게 하루 몇 시간씩 연습에 매달릴 수 있겠어요. 음악을 좋아하면 자기 전공 밖의 곡도 살펴보고, 다른 악기에도 관심이 있고, 클래식 너머 다양한 음악을 경험하고 즐기고, 진심으로 모든 장르의 음악이 근사하다고 생각해야만 자기 음악도 발전하고 꾸준히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거 같아요.

음악이 좋은 게 답이 없다는 것이죠. 수학처럼 옳고 그름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물론 음악인들 사이에도 끊임없는 경쟁이 있어요. 서로의 강점을 계속 비교하고, 내가 부족한 점들이 보이기 마련이죠.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은 건 음악에는 각자만의 색깔이 있다는 거예요. 내가 어떤 부분이 모자란다고 하더라도 불행할 게 아니라는 거죠. 음악하는 과정이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고,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며 자신의 빛깔을 조금 더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행복하면 되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며 성취감을 얻는 게 결국 오래, 즐기면서 음악을 할 수 있는 방법인 거 같아요.

 

“클래식 음악은 달디 단 사탕 같은 평면적인 맛이 아니라, 산해진미처럼 여러 맛을 느낄 수 있는 입체적인 장르에요.”

교수님이 음악 수업에서 중시하시는 게 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사랑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어요. 클래식 음악은 정말 무궁무진하거든요. 달디 단 사탕 같은 평면적인 맛이 아니라, 산해진미처럼 여러 맛을 느낄 수 있는 입체적인 장르에요. 학생들이 그걸 체감하고, 좋은 음악과 훌륭한 연주에 감동하고, 음악을 즐길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나는 왜 남들처럼 하지 못할까’라고 자학하는 게 아니라 음악하는 과정 자체를 좋아했으면 해요. 냉정하게 말해서 제가 가르치는 모든 학생들이 조성진 같은 피아니스트가 되긴 어려워요. 그렇다 해도 아이들이 음악을 즐기면서 꾸준히 할 수 있다면, 가진 재능과 쏟아부은 노력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이후 음악과 연관 지어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가는 학생도 많고요.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하진 못했어요. 오히려 반대였죠. 처음 교수로 부임해서 학교에 갔는데, 아이들이 저 같지 않은 거예요. 재능이 많은 학생들이 열심히 연습해야 할 때 간절함이 없고 너무 편안하기만 한 것 같았죠. 하지만 제자들과 가까워지면서 제가 오히려 배우게 됐어요. 제가 그동안 얼마나 스스로를 압박하며 살았는지 깨달았죠. 교수는 제자들이 가진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지켜주면서 음악을 더욱 좋아하게 만드는 멘토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피아노 실기를 1:1로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과 유대감이 쌓인다고 하셨잖아요.

맞아요. 음악이라는 과목이 그래요. 음악이 예술인 이유는 선율과 화성에 감정이 짙게 배어 나오기 때문이니까요. 실기 수업도 마찬가지죠. 실기 수업이 교육이 되려면 학생과 선생님이 서로 깊게 이해하고 좋아해야 해요. 몇 달 동안 아이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관찰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애틋한 사제관계가 생기지 않기가 더 어려워요. 그러다 보면 아이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게 되고, 점점 더 깊은 이해가 생기죠. 학생도 마찬가지로 저를 깊게 신뢰하게 되고요. 음악을 가르치는 일이 그런 거 같아요.

“저희 집에 오시는 한준이 어머니는 제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이세요. 제가 밖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시는 분이니까요"

미소 서비스를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되셨나요?

2019년 겨울에 큰 수술을 하면서 미소 서비스를 쓰게 됐어요. 제가 도움을 많이 받고 있고요, 저희 집에 오시는 한준이 어머니는 제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이세요. 제가 밖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시는 분이니까요. 일하는 동료 교수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남편 복이고 아들 복이고 다 필요 없고, 어떤 가사도우미분이 오시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세요.

저는 미소에서 한준이 어머님 같은 분을 만나서 정말 행운이죠. 손도 빠르고 부지런하시고, 제가 고맙게 생각하는 것만큼 고마워하세요. 저는 저희 집에 오시는 모든 분을 귀한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꼭 차를 대접해 드리거든요. 오전에 오시니까 저희가 아침 식사로 먹는 요구르트랑 과일도 드리고요. 그러면 한준이 어머니도 다음번에 오실 때 들깨 한 주머니 주시고 하죠. 그게 참 감사해요. 새로운 삶의 지지자가 생긴 기분이에요.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linkedin

고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 2020. 유한회사 미소. Miso,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