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 짓다>는 미소 우수 고객님들의 삶을 조명하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미소 서비스를 받는 고객들이 담대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해 나가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인터뷰 시리즈는 미소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주 3회 연재되며, 금요일에는 전문이 미소 공식 블로그에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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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지연입니다.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15년차 사회복지사이자, 두 돌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많은 분들이 복지관이 끼니를 해결하기 막막한 분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거나 옷을 나눠드리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는 어려운 분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역할만 하진 않아요. 그것보다는 지역 사회가 함께 살기 좋은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치거나, 이혼하며 아이를 혼자 키우게 됐을 때 막막하기 마련이잖아요. 이분들이 갖고 계신 잠재 역량을 발굴해서 스스로를 계발하실 수 있도록 돕고, 자립하실 수 있도록 힘을 길러드리고 있어요.
정확히 어떤 일인지 잘 와닿지는 않는데,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의 자립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요?
저는 이혼한 한부모 가정을 돕고 있어요. 찾아오시는 분들은 굉장히 다양해요. 공통적인 건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를 잘 키우고 싶으시다는 마음이에요. 저는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잘 키우고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에 지지를 표하고, 내담자분이 힘을 내시는 데 도움이 될만한 지원책을 연결해드려요.
많은 한부모 가장분들이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고민이 많으세요. 그래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사춘기 자녀와의 의사소통법, 올바른 자녀 성교육 방법 등을 알려드리죠. 교육 주제도 어머니들과 의논해서 확정해요. 부모님들이 아이 키우시면서 겪는 맘고생이나 아이와의 갈등과 같은 이야기를 주변에 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자기 자식 흉보는 거 같으니깐. 울면서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을 조금 더 믿고 지켜보시게끔 지도하기도 하죠. 가장 중요한 건 내담자의 성격, 의지, 욕구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더 나은 삶을 사실 수 있도록 맞춤 지원 프로그램을 짜는 일이에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이유나 계기는 뭘까요?
20대 때는 어린이집 보조 교사를 했었어요. 교사 일을 하다 보니 더 배우고 자격증도 따고 싶더라고요. 늦게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유아교육을 전공했죠.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아이를 잘 가르치는 것만으로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어린아이일수록 가정환경과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잖아요. 아이의 성장 환경을 구성하는 부모와 지역 사회를 포괄적으로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 2년간 유아교육과에서 공부하다가 사회복지학과로 편입했죠.
한 가정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지원하게 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내담자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만났던 분 중에 이혼 후에 두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님이 계셨는데, 아이 중 한 명이 자폐증이 있어요. 자폐를 가진 아이들의 감정과 욕구를 살피는 일은 일반 아이들보다 두 배는 어려워요. 이분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심한 우울증까지 겹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셨어요. 아이를 잘 키우고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는 있지만, 힘을 내기를 버거워하셔서 가장 먼저 자조 모임 참여를 권유했죠. 자조 모임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지지하는 곳이에요. 그분도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분들과 만나면서 ‘이런 어려움을 나만 겪는 게 아니구나’고 깨닫고 위로를 받으셨던 거 같아요.
무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고등학교 과정 공부를 다시 시작하시더라고요.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시고 방송통신대학교로도 진학해서 특수유아교육을 전공하셨어요. 대학에서 장학금까지 받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시고, 이후 학습지 교사로 경제적으로도 독립하셨고요. 대학을 다니시는 동안 우리가 자폐를 앓고 있는 아이의 미술 학원비를 지원하기도 했어요. 동물 캐릭터를 정말 잘 그렸거든요. 미술학원이 주최했던 바자회에서 아이가 그린 캐릭터가 새겨진 가방을 판매하기도 했고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택하기 정말 잘했다고 느낄 때가 있을까요?
제가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일을 2008년부터 했어요. 그때 처음 본 아이들 중에는 초등학교 저학년도 많았죠. 어머님들이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겪는 마음고생을 옆에서 지켜봤어요. 아이와 다툰 뒤 울며 찾아오셨던 어머님들에게 해드렸던 말씀이 있어요. 부모 수업에서 배우신 대로 아이에게 충분한 관심과 애정, 지지를 보내고 계시니 자식을 믿고 기다리시라고요. 어머님만 제대로 서 있다면 아이는 언제든 분명 돌아올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정말 아이들이 잘 자라주는 거예요. 고등학생이 되서 진로를 스스로 정하고 자격증을 따거나, 취업을 알아보더라고요. 저에게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첨삭을 받으러 오기도 했고요. 첫 월급을 타고 작은 선물을 들고 찾아온 친구도 있었어요. 10년이 넘게 알았던 아이들이 방황을 끝내고 스스로 길을 찾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죠.
항상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없기 마련인데, 복지사님도 지치시는 순간이 있을 거 같아요.
마음을 주고, 자원을 쏟아붓고, 시간을 써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분들이 있죠. 이전에 카드빚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시지 못하는 분이 계셨어요. 예산 안에서 소비하는 습관을 함께 길러보려고 가계부도 같이 써보고, 꼭 필요한 지출인데 생활비가 빠듯할 경우에는 후원금을 연결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한테 말씀도 안 하시고 새로 카드를 만들어서 긁곤 하셨어요. 사실 저랑 논의하면 다른 대체 자원을 찾아볼 수 있었거든요.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도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 기운이 빠지죠.
사회복지사로서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사회복지사는 인권 감수성이 높아야 해요. 복지관을 찾는 시민들을 제도의 수혜자라고만 여기고, 스스로를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만 생각하면 내담자와 복지사 사이에 상하 관계가 생겨요.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필요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람이지, 시혜적인 권력자가 아니거든요. 내담자분들을 가난하고 힘든 사람이라고만 생각하면 우리가 하는 일도 후원자를 찾고 자원을 연결하는 데 그칠 거예요. 하지만 원래 능력 있고 장점이 많은 사람들이 상황이 어려워 일시적으로 곤란한 위치에 놓였다고 바라보면 나와 다를 게 없는 동료 시민이 되는 거죠. 그래서 저희 프로그램도 동기 부여와 개인 역량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한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게 우리 일이라고 생각하려면 인권 감수성이 꼭 필요하죠.
장애인 분들을 도울 때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몸이 불편한 사람을 그가 가진 장애로 정의하고는 하죠. 그들을 보며 ‘다리가 불편해서 정말 힘들겠다’와 같은 생각만 하는 거예요. 주위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바라보면 그분은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요. 하지만 장애는 신체의 일부가 불편한 상태일 뿐이지, 장애인이라는 게 사람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가족 안에서의 역할,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 지인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그분을 제대로 알고 인간 대 인간으로 도울 수 있어요. 저만해도 집에서는 엄마이지만, 밖에서는 사회복지사이고, 저희 엄마의 딸이기도 하잖아요. 좋은 사회복지사는 이런 종합적인 인권 감수성이 꼭 필요해요.
요즘은 부모가 되겠다는 결정을 하는 거 자체가 쉽지 않잖아요, 금전적인 이유, 책임감 등등이 막중하잖아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저희 부부는 결혼한 지 굉장히 오래됐어요. 결혼 전에도 같이 오래 살았고요. 함께 사는 게 정말 편하고 좋았었는데, 우리가 편하고 좋은 게 전부는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허전한 것도 있었죠. 둘이서만 있으면 사실 시간도 남아요 (웃음). 그래서 우리가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세상에 나온 직후 처음 안아봤을 때의 순간, 어떠셨나요?
사실 저희 윤아는 입양으로 가족이 되었어요. 저희가 아이 없이 거의 20년을 살았거든요. 아이가 생기지 않기도 했고, 엄마가 되기에는 나이가 많아지니깐 자연스레 입양을 생각하게 됐죠. 출산이 아니라 입양으로 엄마가 되는 거에 막연한 두려움이나 걱정이 생기게 마련인데, 주변에 가까운 지인이 입양을 했었거든요. 그분이 제가 하던 고민을 듣자 계속 권유했어요. 그래도 1년 넘게 고민했죠.
책도 사서 읽었는데, 입양한 분들이 다 저와 비슷한 마음이셨더라고요. 자신감을 얻었죠. 그리고 제가 입양을 고민할 즈음에 지역의 초등학생을 돌보는 아동센터에서 근무했거든요. 거기서 매일 보는 아이들한테 금방 정이 들더라고요. 나중에는 얘들 중 한 명을 키우라고 해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이들 덕분에 용기를 얻게 됐습니다.
‘혈육이 아닌데, 어떻게 내 자식처럼 키울 수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잖아요.
입양과 출산은 가족이 되기 위한 방법의 차이예요. 저는 그게 다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맞이하기 위해 임산과 출산의 과정을 거칠 수도 있고, 입양이라는 통로로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거죠. 일단 온 순간부터는 우리 가족이 되고, 우리 아이가 되는 거죠.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내가 윤아를 낳았다면, 뭐가 달랐을까’라는 생각도 정말 많이 해요. 어떻게 우리집에 오게 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윤아 성격이 어떤가요? 어떤 아이인지 알고 싶어요.
우리 아이는 굉장히 적극적이에요. 표현과 행동으로 좋은 것과 싫은 걸 분명하게 표현하거든요. 저는 순해서 가만히 있는 아기보다는 이렇게 표현력이 남다른 게 더 좋아요. 사실 윤아라는 이름도 빛날 윤(赟)에 나 아(我)를 써서 지었거든요. 어디에서든지 당당하게 빛나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정했는데, 정말로 그런 아이인 거예요. 거리낌 없이 자기표현을 하는, 그런 자신감 넘치는 아이예요.
아이 자랑 좀 해주세요!
누구나 자기 아이는 천재라고 하는데, 우리 윤아는 정말 똑똑한 거 같아요. 지금 말소리 들리시죠? 23개월이 저렇게 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두 돌도 안 된 아이가 이미 문장을 구사해요. 10개월 때 안녕 소리를 했거든요. 그리고 10개월 때부터 벌써 벽을 잡고 걸었어요. 15조각 정도 되는 퍼즐을 10개를 꺼내놓고 동시에 맞추고요, 긴 문장으로 구성된 그림책도 맨날 읽어달라고 졸라요. 너무 똑똑한 아이인 거 같아서 고민이 정말 많아요. 어떻게 키워야 할지요.
아이를 키우면 매 순간이 기억에 남고 놀라워요. “아빠, 힘내세요. 엄마, 고마워요”와 같은 말을 할 때는 정말…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방문하시는 미소 클리너분이 윤아를 많이 예뻐하신다고 들었어요
윤아가 할머니라고 부르면서 따를 정도죠. 그래서 저희가 청소하고 가실 때 과일을 조금 챙겨드리고 그랬더니 다음번에 오실 때 직접 담근 된장이랑 감자도 가져다주시더라고요. 청소만 하러 와주시는 분이 아니라 옆집에 사시는 이웃 같은 느낌이었죠. 제가 야근하는 날에는 두 시간 정도 윤아를 봐주시기도 하셨어요. 물론 비용을 따로 드렸지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분이 없었다면 그것도 어려웠겠죠.
미소 서비스를 받고 나면 어떠세요?
요술 램프의 지니가 왔다 간 거 같아요. 정말 좋죠. 미소 서비스를 보통 출근해서 일하고 있을 때 받는데,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신발장부터 마루 끝까지 정리 정돈이 되어 있어요. 정말 감사하고 마법 같죠. 클리너분이 단순히 청소만 해주시는 게 아니라 물건 정리까지 깔끔하게 해 주셔요. 사실 제가 정리를 잘 못 하고, 잘 안 하는데, 윤아를 키우기 시작한 뒤로는 더 어렵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은 클리너분이 정리함 같은 걸 사 오셔서 집안 곳곳에 조그마한 바구니를 놓고 잡동사니를 깔끔하게 치워주셨어요. “얼마 안 해요, 제가 청소하는 게 편하려고 사 왔어요”라고 하시는데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소소한 정리 노하우도 배우고요.
클리너분들이 해주시는 청소는 확실히 제가 하는 것과는 달라요. 현관과 신발장 바닥 청소부터, 이불 정돈, 창틀 청소까지 제가 신경 쓰기 어려운 부분까지 말끔하게 관리해 주세요. 이런 미세한 차이가 기분을 정말 좋게 만드는 거 같아요. 관리를 받은 날은 집에 왔을 때 기분부터가 다르죠.
요즘 어떨 때 가장 행복하세요?
우리 아이랑 남편이 노는 걸 지켜볼 때요. 둘이 정말 잘 놀거든요. 제가 윤아랑 노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요. 둘이 엄청 깔깔대면서 놀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되게 행복해요. 자칫 우리는 모르고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아이 키우는 행복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